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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독스 이솝우화

17. 사자와 승냥이와 여우

DS2WGV 2005.11.27 03:43
출처 : 로버트 짐러, 김정우 옮김, 파라독스 이솝우화, 정신세계사, 1991.


17. 사자와 승냥이와 여우


두 짐승 사이에 흔히 일어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사자와 승냥이가 서로 죽고 못 사는 막역한 친구가 된 것이다. 사자에게 병이 생기자, 친구인 승냥이가 안절부절 못 하게 되었다. 승냥이는 그 길로 서둘러 숲속으로 들어가서 사자가 몹시 심각한 병에 걸렸으니 병문안을 오도록 모든 동물들에게 알렸다. 물론 잊지 말고 성의껏 선물을 가지고 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숲속의 크고 작은 모든 동물들이 승냥이의 말에 따라 사자를 찾아와 저마다 한 마디씩 빨리 쾌차하라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여우란 놈만은 나타나지 않았다. 승냥이는 못마땅했다. 그래서 사자한테 말했다. "아무리 제 놈이 사자 너한테 관심이 없어 네가 어떻게 되든 신경을 안 쓴다고 해도 말이야, 네가 누구야? 동물의 왕 아니니? 명색이 동물의 왕인 너한테 마땅히 얼굴이라도 비쳐야 예의가 아니겠어? 이건 너를 아주 개 취급하는 거라구."

승냥이의 이처럼 지나친 관심 표명이 사실상 사자 자신에 대한 잠재의식적인 적대감을 은연중에 나타낸 것이라는 점을 사자는 물론 간과하지 못했다. 또한 승냥이의 적개심이 여우의 안녕보다 오히려 사자 자신의 마음의 평정을 해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인 줄도 당연히 알 수가 없었다. 여우가 괘씸해진 사자는 승냥이더러 여우를 당장 자기 앞으로 데려오도록 했다.

여우가 도착해서 보니 사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말했다. "늦게 온 건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저대로 사자님을 위하여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저는 단순히 말로 안됐다고 동정이나 하고 간단한 선물 따위로 경의를 표시하는 그런 놈이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사실, 의사란 의사는 죄 찾아다니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백방으로 사자님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약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해서 승냥이가 저에게 왔을 땐 이미 제가 구한 좋은 소식을 가지고 사자님께로 서둘러 오던 참이었습니다."

"아이구, 너야말로 내 친구다!" 너무나 기뻐 사자의 목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커졌다. "그럼 어서 빨리 그 처방을 말해 봐라. 병이 나을 수 있다는데 어찌 한 순간인들 지체할 수 있겠느냐?"

"그럼 좋습니다. 말씀 드리지요. 좀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이건 전문의의 처방이니까 절대 틀림이 없습니다." 여우의 대답은 이렇게 이어졌다. "간단합니다. 살아있는 승냥이를 잡아 요리해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잡수시는 겁니다."

그간의 우정을 봐서라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허겁지겁 손을 가로저으며 뒤로 물러서는 승냥이의 애절한 몸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자는 곧장 승냥이를 산 채로 뜨거운 물통에 집어넣고 팔팔 끓이기 시작했다.

교훈 : 친구란 아직 행동을 개시하지 않은 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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