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家翁

19. 심술 본문

파라독스 이솝우화

19. 심술

DS2WGV 2005.12.06 16:28
출처 : 로버트 짐러, 김정우 옮김, 파라독스 이솝우화, 정신세계사, 1991.


19. 심술


이슬람의 왕 술탄의 궁전에 들어선 한 귀족 청년이 우연히 왕비들 중에서 가장 어리고 어여쁜 여인을 보게 되어 자기도 모르게 사랑에 빠졌다. 그는 계획을 세우고 또 세워서 마침내 어렵사리 그 왕비를 만날 기회를 얻었는데, 기쁨도 잠시, 침실을 호위하던 내시에게 발각되었다.

"경비병들을 불러오시기 전에 잠깐만요." 이 젊은이는 내시에게 말했다. "이 반지가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젊은이는 갖고 있던 커다란 루비 반지를 내놓았다.

"난 내 직무에 충실할 따름이다." 내시가 우직하게 말했다.

젊은이는 이제 내시의 선한 성품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대왕님은 필경 저를 팔팔 끓는 물에 처넣으실 겁니다. 젊은 놈이 그런 식으로 죽어야 하다니, 참 허무합니다. 제가 그런 식으로 죽고 나면 그 일이 마음에 걸려 괴로워지실지도 모릅니다." 젊은이는 호소했다.

"네 잘못인데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내시의 대답에는 아무런 감정도 묻어 있지 않았다.

자기 잘못을 최대한 줄여 보려는 심정에서 젊은이는 계속 매달렸다. "그 여자야 왕한테나 쓸모가 있지, 사실 당신한테야 아무 쓸모가 없지 않소? 왕한테도 아주 가끔씩만 필요하다는 건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놔 두면 그대로 버려질 몸을 좀 탐했다고 제가 정말 죽어야 하는 건가요?"

이 말을 들은 내시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경비병들을 불렀다. 그리하여 그 젊은이는 왕 앞으로 끌려갔다. 자초지종을 다 들은 왕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 내가 다시 한 번 젊어져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목숨까지 바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어찌 마다하리!" 용감했던 젊은 날의 기억에 마음이 누그러진 왕은 젊은이를 풀어주도록 했다. 그리고 선물로 그 아내를 주어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멀리 떨어진 자기 영토의 한 부분을 둘이서 함께 다스리게 했다.

하지만 그 내시는 왕의 지나치게 감상적인 관대한 처분에 화가 나서 침실 호위직을 박차고 나와 잡화를 파는 가게를 열었다. 도시의 여인들에게 향수도 팔고 연고도 팔고 화장품도 팔았다. 그리하여 그는 곧 왕만큼 큰 부자가 되었다.

교훈 : 사촌이 땅이라도 사야 위장병 고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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