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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독스 이솝우화

25. 조각가와 아프로디테

DS2WGV 2006.01.07 15:54
출처 : 로버트 짐러, 김정우 옮김, 파라독스 이솝우화, 정신세계사, 1991.


25. 조각가와 아프로디테


한 조각가가 여인상을 만들었는데 어찌나 조각을 아름답게 했던지 자기가 깎은 그 여인상과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하루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그 조각 앞에 앉아서 밤이나 낮이나 고뇌와 열정에 휩싸인 눈으로 그 여인을 응시하는 것이었다. 나서 죽는 우리네 인간 여인에게는 결코 다시 만족을 느끼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 조각가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빌었다. 그 대리석 조각 여인을 살아 움직이는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절망적인 사랑을 호소하는 그 조각가의 애틋한 마음에 감동한 감상적인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의 기도를 들어주어 여인상에다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완전히 황홀감의 절정에서 조각가는 아프로디테에게 한없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또 드렸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자기가 여인상에다가 구현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아무 탈이 없이 고스란히 본래 모습 그대로 지키느냐가 말할 수 없이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우상에게 말했다. "넌 밖에 나가지 말고 집 안에만 있어야 해. 아슴푸레하게 창백한 네 뺨이 봄 햇볕에 그을리면 안 되잖아. 그리고 또 있어. 내가 너한테 준 섬세한 피부가 저녁 바람에 거칠어질지도 몰라."

이러고도 안심이 안 되었던지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게 했다. "됐어, 그만 먹어." 그 불쌍한 여인이 뭘 좀 입에라도 가져가는 날에는 그렇게 해서 못 먹게 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돼지야? 내가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 돼지란 말인가, 천하의 미인이 아니고? 살이 찌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나 하니? 완전무결한 균형, 조화, 비례가 모두 깨지고 마는 거야. 내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그 절묘한 우아함이 물거품이 된단 말이야."

물론 그는 자기가 창조해 낸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여인이 아무 일도 못 하게 했다. 감자 껍질도 못 벗기게 했고, 설거지도 못 하게 했고, 마룻바닥에 걸레질도 못 하게 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집안일은 전부 자기가 도맡아서 한 것이다.

이런 처지에 놓이다 보니 그 여인은 서서히 자기 주인과 같이 사는 것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기도를 드렸다. "조각가가 사랑하는 건 제가 아니라 자기가 만든 작품이에요. 그러니 다시 예전의 조각상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아프로디테 여신이시여!" 아프로디테는 현명하게도 이 기도를 받아들여 양쪽 모두가 만족을 느끼게 해 주었다.

교훈 : 사랑에 정을 대고 쪼기 보다는 대리석에 칼을 대고 새기기가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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